1. 젠더 이해하기
'젠더(gender)'라는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자기가 살던 문화에서 학습한 성 관련 개념들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 인간은 태어나며 한 개의 성에 속하고, 단 하나의 정체성을 학습하고 유지하기 때문에 그 외의 성에 대해 무지할 뿐 아니라 대상적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젠더는 가장 일상적인 주제처럼 보이지만, 가장 왕성한 사회학적 상상력의 발휘가 요구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대체로 성이 선천적으로 주어진다고 생각할 뿐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의 성행동 특성들은 남자 혹은 여자라서 으레 그런 거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이나 민족에 따라 남녀의 역할이 조금씩 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성역할이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성역할은 교육과 기대를 통해 후천적으로 학습된다.
'젠더' 개념은 이렇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성을 따로 지칭함으로써 우리에게 당연한 성역할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므로 '성'이라는 용어 대신 '젠더'를 사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을 가리킴과 동시에 '성역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이성의 성역할을 역지사지하세요'라는 젠더연구의 기본 태도를 수용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1. 젠더와 섹스
섹스(sex)는 생물학적 성, 즉 자연적 타고난 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외적인 생식기관 및 생식기의 형태와 같은 해부학적 기준, 호르몬의 유형와 같은 생리학적 기준, 염색체의 구조와 같은 유전학적 기준에 따라 성을 구분한다. 흔히 갓 태어난 아이를 두고 남아인지 여아인지를 묻는 경우, 생물학적 성의 개념을 사용한 것이다. 반면, 젠더는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통해 구축된 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성별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주로 성별에 따라 각기 달리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지칭한다(giddens).
예를 들어 '남자답다'는 말에서의 남성성을 생물학적 의미에서 받아들이면, '돌출형 성기에 테스토스테론을 많이 분비하며 XY의 성염색체를 갖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어떤 사회문화적 차이와 특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젠더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남자답다는 의미는 어디서나 통용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문화적으로 '남성성'이 다르게 구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남자답다'는 말을 '건장하고 적극적이며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데 사용한다면, 이는 단지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젠더를 설명해 줄 뿐 보편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섹스와 젠더가 필연적인 관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남성의 성(섹스)을 가졌다고 해서 어떤 특정한 남성다움(젠더)이 반드시 따라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나타내는 젠더는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섹스, 즉 생물학적 성이 성별 간 차이를 나타낼 뿐 우열을 의미하지는 않는 반면 젠더는 사회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그 사회의 성계층 역학관계에 따라 우열을 의미할 수 있다. 남자와 여자를 가리킬 때 어떤 성별이 더 우월하다거나, 반대로 어떤 성별이 더 열등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 즉 젠더를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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